밑줄 대신 여백에 점 하나

2026.04.10

표시가 많아졌을 때

읽는 문장마다 중요해 보여 표시를 하다 보면 한 면이 거의 다 밑줄로 채워진다.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는 어디부터 볼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메모에서는 밑줄 대신 여백에 작은 점 하나만 남기는 방식을 시험해 봤다.


점의 의미

점은 명문장이라는 판정이 아니다. 잠깐 읽는 속도가 달라졌다는 표시다. 이해가 안 돼서 멈춘 곳에도 찍고, 앞의 장면이 떠올라 되돌아간 곳에도 찍었다. 이유는 읽기를 마친 뒤 생각나는 만큼만 적었다.


표시를 남기면서 설명까지 완성하려고 하면 읽는 시간이 자꾸 끊겼다. 지금은 멈춘 위치만 남기고, 왜 그랬는지는 나중의 나에게 맡기는 편이 한결 단순했다. 물론 기억나지 않는 점도 생겼다. 그 점을 다시 읽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대로 두었다.


다시 펼친 페이지

다음 날에는 점이 있는 문단만 천천히 읽었다. 어제와 다른 이유로 눈에 들어오는 문장도 있었다. 기록이 처음 감상을 고정하는 장치일 필요는 없겠다. 다시 볼 자리를 살짝 알려 주는 정도의 흔적도 충분히 쓸모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