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앉을 자리가 있다는 것

2026.04.02
대표 이미지

걷다가 멈추기

계속 움직이고 있을 때는 쉬는 자리도 그냥 배경이 된다. 오늘은 산책길 끝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가 아니라 다리가 조금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앉고 나니 걷는 동안 지나쳤던 소리가 뒤늦게 들렸다.


가까운 풍경

자전거가 지나가는 소리와 먼 곳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번갈아 났다. 벤치 아래에는 작은 돌이 하나 있었고, 신발 앞코로 건드리면 생각보다 멀리 굴러갔다. 별일 없는 몇 분을 보내면서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는 시간도 하루 안에 조금은 남겨 둘 수 있다.


이 문장은 어디서 가져온 말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떠올린 메모다. 멋있는 결론으로 만들기보다, 잠시 멈췄다는 사실을 적어 두고 싶었다.


다시 출발

일어날 때는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돌아갈 길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산책 기록에 거리와 시간 대신 쉬었던 자리를 남겨 두면, 나중에는 동네의 또 다른 지도가 될지도 모르겠다.